본문 바로가기
취미/문화

영화 <84제곱미터> 후기,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스포O

by 진짠 2025. 8. 20.
728x90

 

 

 

평일의 끝, 주말의 시작. 모든 직장인들의 마음 속이 풍요로워지는 금요일 퇴근 후. 넷플릭스에서 눈에 띄는 영화가 있었다. 바로 강하늘, 염혜란, 서현우 주연의 '84제곱미터' 라는 영화이다.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스토리를 좋아하는 나는 별다른 망설임없이 영화에 빠져들었다.

 

영화 속에서 뜻하는 84제곱미터는 아파트 한 가구에 해당하는 면적의 단위이다. 평 단위로는 대략 25평 정도이다. 노우성(극중 강하늘)은 저축에 퇴직금, 대출까지 풀로 땡겨서 서울의 아파트를 장만한 소위 '영끌족' 이다. 내 집 마련이라는 행복은 잠깐 뿐이었고 집값은 그 이후로 계속 하락길을 걷는다. 결국 직장 동료의 권유에 코인 리딩방 정보를 얻게 되고 급매로 집을 넘긴 뒤 받은 계약금으로 코인 투자까지 하게 된다. 코인은 실제로 리딩방 정보대로 몇배씩 뛰기 시작한다. 코인이 급락하는 시간은 8월 15일 오전 8시 15분. 우성은 급락 직전 최고가를 찍는 시점에 팔기 위해 잠도 자지않고 기다린다. 그런데 갑자기 자신이 층간소음의 범인이라는 누명이 씌이게 되면서 경찰서로 잡혀가게 된다. 결국 코인을 제 시간에 팔지 못해 계약금을 전부 날리게 된다. 우성은 삶의 의지를 완전히 잃고 술을 진탕 마신 뒤 유언장을 남기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려고 한다. 그런데 층간소음이 다시 들린다. 이후 스토리는 우성이 층간소음의 범인을 잡기 위한 내용으로 이어진다.

 

우성은 '청년' 세대를 대변하는 역할이다. 하지만 실제 청년 세대인 나에게 우성은 공감이나 몰입을 불러일으키지는 않았다. 물론 영끌을 해서까지 아파트를 사고 싶다는 마음은 같다. 하지만 동태 눈깔을 장착한 채로 직장 생활을 하거나 '돈' 을 제외하고는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모습은 달랐다. 특히 코인에 눈이 뒤집혀서 집을 덜컥 부동산에 내놓는 충동적인 모습은 전혀 공감이 되지 않았다. 나또한 우성과 마찬가지로 돈을 좋아하고 서울 아파트 구매가 인생의 목표 중 하나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일에서도 충분히 즐거움을 찾을 수 있고, 그 외 취미생활을 통해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정말 별거 아닌거에도 내일을 살아가는 힘을 얻는 것이다. 비록 서울에 아파트는 없지만 말이다.

 

아파트라는 공간은 영화 속에서 그 의미가 있다. 층을 통해서 공간과 공간을 철저히 분리하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층 하나 하나에 의미를 담을 수 있다. 그것은 계층이다. 우성의 아래층 주민은 전세 계약자이다. 각종 빚 독촉 우편물을 받고 돈에 허덕이는 여유 없는 인물들이다. 우성의 경우에는 집 주인이기 때문에 형편은 조금 나은 듯 하지만 여전히 아파트 대출금에 허덕이는 청년이다. 그 위층은 프리랜서, 그 위층은 어린 아기가 있는 신혼부부. 마지막으로 꼭대기 층에는 아파트 주민대표이자 전직 검사인 극중 염혜란이 살고 있다. 꼭대기 층은 다른 집과는 달리 집 크기도 훨씬 크다. 이처럼 층이 높아질수록 사회적 계층에 변화를 주는 느낌을 준다. 층간 소음의 범인을 찾기 위해 강하늘이 땀을 흘리며 계단을 올라가는 장면이 계층 간 격차를 보여준다.

 

영화 속 층간소음에는 피해자가 있다. 노우성, 우성의 밑 세대 주민, 그리고 극에 등장하지 않은 아파트 주민들. 그러나 가해자는 없다. 물론 층간소음을 직접적으로 일으킨 범인은 존재하지만 그는 자신이 가해자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는 부실공사라는 더 큰 범죄를 잡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층간 소음을 일으킨 인물이다. 부실공사가 원인이 되어 층간 소음이 일어나고 층간 소음에 스트레스를 받은 주민 간 살인이 일어났다라는 기사를 쓰기 위함인 것이다. 이는 특종을 잡기 위해 주변 상황에 개의치 않고 조작까지 감행하는 언론을 뜻하기도 한다. 부실 공사의 원인 제공자인 꼭대기 층 주민도 자신이 가해자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결국 층간 소음의 직접적인 원인은 사람에게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돈있고 힘있는 기득권, 정치가 혹은 사업가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사건이 벌어지고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찾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러한 상황은 비단 이 사건에만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비슷한 상황을 영화가 아닌 실제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인간은 어리석고 실수하는 존재다. 층간소음을 일으킨 사람이나, 부실공사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을 차치하더라도 우성과 그 밑의 주민도 어리석은 잘못을 한다. 밑에 집 주민은 프리랜서 기자와 모의하여 우성을 층간소음의 주범이라고 누명을 씌운다. 돈이 필요했고 기자가 돈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우성 또한 코인에 투자하기 위해 집을 덜컥 팔아버린다. 그러나 이들의 잘못은 위의 층 주민들과는 결이 다르다. 이들은 수동적인 어리석음이다. 현재 처한 상황이 좋지 않아 선택지가 많이 남지 않은 것이다. 주변에서는 서울에 집 하루라도 빨리 사야한다, 지금이 제일 저점이다, 라는 말들로 선택을 강요한다. 영끌을 했더니 눈 앞에 놓인 것은 막대한 대출 이자이다. 결국 일확천금을 노리기 위해 코인같은 고위험 투자상품에 눈을 돌리는 것이다. 이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많지 않다.

 

킬링타임용으로는 나쁘지 않은 영화이다. 비록 공감이나 영화적인 매력이 확 다가오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영화를 보며 현 세태를 비교하게 만들었다. 영화나 책 등 모든 미디어 매체를 봤을때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것만으로도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네이버 평점만큼 혹평을 줄 정도는 아니었던 영화!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