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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문화

아픈만큼 행복했다는 거야, 영화 <엣 더 벤치> 리뷰

by 진짠 2025.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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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 특유의 감성을 좋아한다. 엣 더 벤치는 벤치에서 벌어지는 다섯개의 에피소드를 하나로 묶은 옴니버스 형태의 영화이다. 영화의 전체적인 풍경에서 오래된 필름카메라로 찍은 듯한 특유의 색감과 질감이 가져다주는 감성이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힐링하는듯한 느낌이다. 또 개성있는 배우들이 풍기는 매력이 영화의 감성을 한층 더한다. 한국의 이웃나라이고 같은 아시안이지만 생김새에서 느껴지는 묘한 차이가 특유의 분위기로 다가왔다.

 

이야기는 단편식이지만 그 사이에는 공통점들이 몇가지 존재한다. 그 중 하나는 '불통' 이다. 첫번째 에피소드인 소꿉친구와의 대화, 두번째 에피소드인 커플의 대화, 세번째 에피소드인 자매와의 대화에서도 서로의 대화는 매끄럽지 않다. 같은 문화, 같은 언어를 쓰고 있는데 왜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는 걸까? 그것은 우리 모두 살아온 환경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태어났을때부터 엄마와 아빠가 다르다. 사는 집도 다르고 가진 재산도 다르다. 먹는 음식도 다르고 교육 방식도 다르다. 이런 무수히 많은 차이는 관점이나 가치관, 마음가짐의 작은 것 하나까지 모두 다른 유일무이한 존재를 창조해낸다. 이러한 개인간의 불통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정작 당사자가 되면 답답해하고 이해를 못하겠다고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 '다름' 이 항상 답답한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서로 다르다는 특성 때문에 서로를 사랑할 수 있다. 이것은 첫번째 에피소드에 귀결되기도 한다. 둘의 대화는 한번씩 핀트가 엇나간다. 그리고 남녀는 멋쩍은 웃음을 흘린다. 웃음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있겠으나 그들의 웃음은 호감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은 쉽게 알 수 있다. 나와 항상 똑같은 생각을 하고 내가 원하는 대로만 상대방이 행동한다면 이런 매력을 느낄 수 있을까? 우리는 서로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화를 내고 눈물을 흘리고 짜증을 내고 답답해하지만 서로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매력을 느끼고 웃음이 터지고 사랑을 하게 된다.

 

네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외계인 연기를 하는 배우 둘이 나온다. 그들의 대화 역시 불통이다. 그들의 불통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외계인은 그들만의 언어가 있는데 사람의 언어를 배워서 대화를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불통은 상식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그러다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외계인들이 외계어로 대화를 하며 싸우기 시작한다. 발음과 대화 방식이 우스꽝스러워서 나를 비롯한 관객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어쩌면 외계인의 입장에서 사람을 볼때도 동일한 느낌이지 않을까? 그래 답답한건 충분히 이해하겠는데 사람 말로 대화하려고 하니까 그런 거잖아, 별 것도 아닌거 가지고 싸우고 그러냐.

 

다섯번째 에피소드에서는 그리움에 대한 우리의 대처 방법에 대해 말해준다. 첫번째 에피소드에서 대화를 한 남녀가 시간이 지나고 서로 결혼을 하게 된다. 결혼을 하게 되며 여자는 자신의 집을 나오게 되고 부모님의 서운한 표현들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벤치가 있는 이 공원도 곧 사라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것들이 탄생하지만 이전의 것들은 소멸하게 된다. 이것은 한낱 인간이라는 존재가 거스를 수 없는 자연스러운 우주의 섭리와도 같은 것이다. 인간은 받아들이는 존재다. 법의학자분이 쓰신 <법의학노트> 라는 책에서는 소중한 사람이 죽었을 때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가 지구 반대편의 타인의 죽음에 대해서는 무감각할 수 있지만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이 죽었을 때에 슬퍼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인간이라는 생물이 그렇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시스템에 맞게 슬픔을 온전히 느끼고 다른 누군가에게 또 의지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서서히 그 감각은 무뎌져가고 우리는 다시 평범한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흐름이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섭리를 받아들이는 우리 인간이다.

 

여자는 자신이 키웠던 애완견이 죽은 이야기를 웃으며 이야기한다. 자신이 키웠던 강아지는 원래 수명보다 몇배는 더 오래 살다 갔다며, 거의 기네스에 오른 강아지와 비슷하다고 말이다. '조금만 더 살았으면!' 하고 말이다. 누군가를 잃은 슬픔은 그리움이 되어 가슴에 묻힌다. 서랍장을 열듯 그 기억을 떠올리면 그때의 행복한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남아있다. 여자가 자신의 죽은 애완견을 떠올릴 때 처럼 말이다. '아픈 만큼 행복했다는 거야.' 여자가 담담히 뱉은 대사가 꽤나 강렬히 머리에 박혔다. 영화가 끝나고 메모장에 적어뒀다. 상실의 슬픔을 담담하게 위로해주는 듯한 대사였다. 힐링받았다고 한 내 감상이 어쩌면 이 대사에서부터 시작된 감정일지도 모르겠다.

 

번외로 두번째 에피소드의 커플의 대화에서 여자가 남자의 마음에 들지 않은 행동들을 초밥에 비유하여 이야기한다. 저 초밥은 저 행동, 이 초밥은 이 행동 하며. 그리고 가장 마음에 들지 않은 행동을 비유한 초밥에는 와사비를 넣는다. 영화 마지막에 남자가 와사비가 넣은 초밥을 먹는데 그 초밥에 비유한 행동이 뭐였는지 기억이 안난다. 그 때 영화 보던 집중력이 흐트러진건지. 아시는 분은 제발 알려주시기를, 인터넷에 쳐도 안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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