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를 전역하고 난 직후, 무엇이든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 넘치는 시기가 있었습니다. 아마 대한민국 남성들이라면 어느 정도 공감하실 것 같은데요. 저는 이 시기에 무슨 일(job)을 하고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딱히 떠오르는 답은 없고 일단 뭐라도 열심히 하고 싶어서 한국사 1급 자격증에 도전했습니다. 일단 따 두기만 하면 취업할 때 도움이 되겠지,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현재까지 도움이 된 건 없습니다만(...)
EBS에서 무료로 최태성 선생님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약 70강 정도 하는 긴 시간의 강의였는데요. 강의의 첫 시작에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여러분의 꿈은 명사가 되면 안 됩니다. 여러분의 꿈은 동사여야 합니다."
초등학생 때 종이에 장래희망 적어 오라는 숙제가 있었어요. 칸이 두 개가 있었는데 왼쪽 칸에는 제 장래희망을 적었고 오른쪽 칸에는 부모님이 바라는 제 장래희망을 적는 것이었습니다. 당시의 저는 마술사라는 꿈을 적었습니다. 크리스마스 때 산타 할아버지가 주신 이은결 마술사의 마술책을 선물 받았을 때였거든요. 부모님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교사 혹은 공무원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안정적인 직장을 갖길 바라셨던 것 같습니다.
이런 기억들이 떠오르며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약 7년이 지난 지금도 뇌리에 깊숙이 박혀있네요. 당시 모든 초등학생이 각자 미래에 되고 싶은 꿈들은 전부 명사였습니다. 물론 모두 좋은 꿈이고 직업입니다. 마술사, 교사, 대통령, 의사…. 모두 가치 있는 일을 하며 세상을 빛내고 있습니다.
인간은 하루에 약 35,000번의 선택을 한다고 합니다. '오늘은 몇 시에 일어날까?', '오늘 아침은 뭘 먹지?' 하는 사소한 선택부터 '어떤 회사로 이직할까?' 하는 비교적 큰 선택까지 모두 포괄하면요. 아무리 다 포함한다고 해도 하루에 35,000번이라니 생각보다도 훨씬 많은 수치 아닙니까?(ㅎㅎ) 80년을 산다고 가정했을 때 35,000 * 365 * 80이면 약 10억번의 선택을 하겠네요. 저는 선택에 꽤 긴 시간이 걸리는 사람으로서 머리가 조금 아프기도 합니다. 10억 번을 선택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사용해야 할지. 삶은 선택의 연속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개발자라는 직업을 갖고 나서도 저는 수많은 선택을 했습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큰 선택이라면 아무래도 이직에 대한 선택이었습니다. '선 퇴사 후 이직이 맞을까?', '어떤 회사에 가야 할까?' 등의 스스로 하는 질문에 선택해야 했습니다. 그때 당시에도 이러한 선택은 정말 머리가 아픈 일들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실 것 같으신가요? 이런저런 선택에 대한 답을 주시리라 생각됩니다. 물론 정답은 없습니다. 정답이 있는 질문이라면 선택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겠죠.
제 꿈은 소수의 가치를 관찰하고 소중히 여기는 개발자입니다. 100명의 사람에게 10의 가치를 주는 프로그램보다 10명의 사람에게 100의 가치를 주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거예요. 그래서 문서 파일을 오디오 파일로 변환하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개발 중입니다. 컴퓨터로 업무를 보는 시각 장애인분들께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자바, 스프링 기반의 프로젝트이며 텍스트 변환을 위해 특정 라이브러리를 사용했습니다. 오디오 파일 변환을 위해 AI 기반의 tts(text-to-speach) 기술이 필요하여 파이썬 기반의 오픈 소스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 기술들을 익히기 공부하고 있습니다.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저도 여러분도, 개발자이시라면 아마 이 선택을 회피하진 못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백엔드 하실거에요, 프론트엔드 하실 거에요?
백엔드? 그럼 어떤 기술 스택 공부하실 거에요?
요새 AI랑 클라우드 핫한데 이거 안 하세요?
프론트엔드면 앱 쪽은 안 하세요?
...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으세요?
지구는 표면의 약 70%가 바다라고 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육지이지만 우리의 인생은 바다 위에 있는 것 같아요. 배의 키를 어디로 돌리냐에 따라 그저 흘러갈 뿐입니다. 비바람을 만나는 등의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부딪혀 키의 방향대로 나아가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키를 잡고 있는 조타수는 '나' 입니다. 선택한다는 것은 키를 어느 방향으로 돌릴 것인지 결정하는 것과 같습니다. 위 질문에 대해 여러분들은 선택할 준비가 되셨나요? 저는 아주 조금이나마 답을 찾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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